예산을 세워도 매번 지키기 어려운 이유 5가지

예산을 세워도 매번 지키기 어려운 이유 5가지
매달 이번에는 돈을 계획적으로 써보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식비는 얼마, 생활비는 얼마, 외식비는 얼마까지 정해두고 나름대로 꼼꼼하게 예산을 세웁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계획이 틀어집니다.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생기고, 아이에게 필요한 준비물이 생기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약속이 잡힙니다. 생활비가 부족해 다른 항목에서 돈을 가져오다 보면 처음 세웠던 예산은 어느새 의미가 없어집니다.
몇 번 반복되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나는 원래 계획적인 소비가 안 되는 사람인가?’
하지만 예산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반드시 의지 부족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실제 생활과 맞지 않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산은 한 번 정해놓고 무조건 지켜야 하는 정답이 아닙니다. 내 돈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비현실적인 예산
예산을 처음 세울 때 흔히 하는 실수는 현재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전에 목표 금액부터 정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식비로 80만 원을 사용했는데 이번 달부터 40만 원만 쓰겠다고 정합니다. 외식비도 절반으로 줄이고 쇼핑은 아예 하지 않기로 합니다.
숫자로만 보면 훌륭한 계획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기존 생활방식은 그대로인데 금액만 줄였다면 오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예산을 세우기 전에는 먼저 최근 몇 달의 지출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식비가 평균적으로 얼마인지, 생활비는 어디에 많이 사용되는지 확인하고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입니다.
80만 원을 40만 원으로 만드는 것보다 먼저 75만 원으로 생활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예산은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숫자로 적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을 기준으로 다음 선택을 계획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비정기 지출의 누락
매달 나가는 돈만 생각하면 예산은 비교적 간단해 보입니다.
관리비, 통신비, 식비, 교통비처럼 반복되는 비용을 적고 나면 한 달에 필요한 생활비가 어느 정도 계산됩니다.
문제는 매달 발생하지 않는 지출입니다.
자동차보험이나 자동차세가 나오는 달이 있고 가족의 생일이나 경조사가 몰리는 달도 있습니다. 명절, 휴가, 아이의 학교생활에 필요한 비용처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매월 발생하지 않는 돈도 있습니다.
이런 비용을 예산에서 제외하면 실제로 지출이 발생했을 때 ‘이번 달도 예산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말 예상할 수 없었던 지출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60만 원이 필요한 비용이라면 갑자기 60만 원을 마련하는 대신 매달 5만 원씩 따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비정기 지출까지 월 단위로 나누어 생각하면 갑작스러운 지출이라고 느꼈던 돈 중 상당 부분을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예산 한도의 착각
예산을 정해두면 이상한 일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이번 달 외식비로 20만 원을 정했는데 월말에 확인해보니 7만 원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아직 7만 원이나 쓸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산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금액이 아닙니다.
20만 원의 외식비를 정했다는 것은 20만 원을 채워서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필요할 때 사용하되 그 범위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남은 돈은 다음 달로 넘길 수도 있고 저축이나 다른 목표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산을 소비할 수 있는 한도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정당화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쓸 수 있는 돈과 써야 하는 돈은 다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예산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기록과 확인의 단절
월초에 예산을 세우는 데는 열심이지만 이후에는 거의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월말이 되어서야 카드 명세서를 열어봅니다.
‘이번 달 식비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이미 돈을 모두 사용한 뒤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예산의 역할은 월말에 잘했는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사용하는 중간에 방향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식비 예산의 70%를 보름 만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남은 기간에는 장보기 횟수나 외식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하게 관리하지 않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실제 지출과 예산을 비교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록만 하고 보지 않는 가계부와 세워놓고 확인하지 않는 예산은 생활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수정 없는 계획
예산을 변경하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은 계획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가가 오를 수도 있고 가족의 일정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예상보다 병원비가 많이 들거나 이번 달에는 교통비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정한 숫자를 무조건 지키려고 하면 다른 항목을 억지로 줄이거나 아예 예산 관리를 포기하게 됩니다.
필요하다면 중간에 조정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적었던 숫자를 끝까지 유지했는지가 아니라 왜 계획과 실제 지출에 차이가 생겼는지 알아가는 것입니다.
몇 달 동안 기록하고 수정하다 보면 우리 가정의 식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어떤 달에 지출이 늘어나는지, 어디에서 반복적으로 예산을 초과하는지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예산은 남이 알려준 기준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맞는 기준이 됩니다.
맡겨진 재정을 계획하는 일
성경적인 재정관을 공부하면서 예산을 생각하면 자칫 ‘돈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모든 지출을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산을 세우는 이유도 미래를 내 계획대로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수입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저축과 부채 상환, 나눔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에 얼마를 사용할 것인지 미리 정해보는 것. 이것은 맡겨진 재정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산을 지키지 못한 달이 있었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왜 달라졌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금액을 너무 낮게 잡았다면 다음 달에는 현실적으로 수정하고, 매년 반복되는 지출을 빠뜨렸다면 월별로 나누어 준비하면 됩니다. 예상보다 적게 사용했다면 남은 돈을 어디에 둘지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계획하고, 사용하고, 확인하고, 다시 조정하는 것.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예산은 나를 옥죄는 숫자가 아니라 내게 맡겨진 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갑니다.
완벽하게 지키는 예산보다 우리 가정의 실제 생활을 제대로 보여주는 예산부터 만들어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재정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더 현실적인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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